"무주택자라 아프고, 아프니까 청춘이다(?)"
소재의 전형성을 작은 설정들로 탈피한 매력이 돋보인다.
노량진, 대학가 등 청년들이 많은 곳의 점심시간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친구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며 식사하는 모습? 동기들끼리 자장면 내기 한 판? 이런 모습들도 분명 있다. 그러나 최근엔 점심시간이면 편의점을 가득 매운 청년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는 대학생,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취준생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갑질의 거부는 바로 외부 대안의 존재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다른 대안이 있으면 떠날 자유가 있습니다. 불러주는 곳이 많은 이는 갑질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80년대 이전과 90년대 이후를 비교할 때, 우리는 떠날 자유를 잃어버린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외부 대안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대기업을 다니는 이가 직장 상사로부터 갑질을 당한다고 합시다. 이들은 과연 중소기업으로 옮길 수 있을까요. 정규직 직장을 가진 이는 비정규직이 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까요.
한국 청년의 삶은 더욱 힘들다. 세계 제일의 청년 자살률은 우연이 아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공부에 시달린다. 대학 입시와 취업 전쟁을 거치면서 이미 탈진 상태다. 용케 직장을 얻어도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 길게 버텨봐야 20년 남짓이다. 그러니 '헬조선' 소리가 절로 나고 한국을 떠나고 싶을 수밖에는. 실로 안쓰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그들 잘못이 아니다. 우리 어른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서울시가 분석한 지원서 내용을 살펴보면, '졸업 직후 취업 실패로 인한 자신감 상실 → 취업 실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 경제적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단기 아르바이트 → 불규칙한 삶의 패턴 가속화, 낮은 임금으로 인한 다수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일상생활 붕괴 → 부족한 시간, 무너진 삶의 패턴으로 취업 준비 실패'라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실상을 생생하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정책결정권을 쥐고 있는 지금의 부모세대가 살아왔던 청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인 것이다.
Q. 입사 후 10년 동안 회사생활의 시나리오와 그것을 추구하는 이유를 기술하시오. A. OECD기준 대한민국 직장인의 평균 근속년수는 6.4년입니다. 30대 대기업의 근속년수가 9.7년, 중소·중견기업의 평균 근속년수는 2.4년입니다. 자소서 100개 써서 10개 정도 면접 얻어걸리면, 겨우겨우 1개 들어가는 마당에, 10년은 무슨 10년이겠습니까. 굳이 제 직장생활 시나리오를 꼽자면 '다이하드' 정도를 추구하겠습니다.
나는 공모전에 입상하여 실제로 70만원의 기본소득을 받았다. 당연히 추가적인 임금 노동은 필요했다.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아무도 일을 하지 않아 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고 걱정을 하는 이들이 있던데, 그건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일을 '덜' 할 수 있고, '골라' 할 수 있다면 모를까. 기본소득을 받아 일단 월세와 기본적인 식비가 해결되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정말 하고 싶었으나 금액이 맞지 않아(혹은 금액이 없어) 포기했었던 작업도 기꺼이 받았고, 작업 방향이 달라 하기 싫었지만 억지로 했었던 업체의 의뢰는 과감히 거절할 수 있었다.
"우린 관계성 확장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형/누나가 동생을 끌어주는 형태로. 큰 어른에겐 큰 어른의 역할이 있겠지만 그런 건 내가 하기 힘든 이야기다. 대신 형/누나의 이야기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일을 하는 사람이 자기 일에 대해 솔직히 들려주면 되는 것 아닌가. 사실 일 자체는 특별할 게 없다고 본다. 평범한 일상인데 근래엔 과대포장된 측면이 있다. 원래 취업은 성장의 발판이었는데 이제는 생존의 문제로 전락한 듯하다. 본인이 하고픈 일을 정확히 찾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 학생들이 대부분 대기업만 바라보며 스펙을 쌓고 있지만 사실은 목적을 상실했다. 다들 그걸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은 무서운 거다."